팡션좌
유명한 사진이다. 닭잡는칼 소잡는칼 하는데 당장 과장잡는 칼부터 찾게 되는 장면이다.
"늙은이가 시대에 도태되는줄도 모르고 고집을 부리는구나 (꼴보기 싫다)"가 주된 반응이었고 어느샌가 "근데 (내용이 개소리인걸 빼놓으면)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보낸 문자인걸 감안하면 대단히 정중한 형식이지 않나? (하지만 내용이 너무 개소리라 그런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구나)"라는 반응도 있다.
다시 생각해보자. 반대로, 아랫사람에게 문자를 의견을 정중히 보낼 수 있을 정도의 사람이, 정말로 엑셀의 단순취합 능력을 학습하기 싫어서 저런 문자를 보냈을까?
저 문자는 요컨대 "협력하여 진행하는 일을 혼자 고도화, 자동화 할 경우, 당장은 같이 일하는 사람이 고생하며, 그 뒤에는 인수인계의 문제가 남는다"라는 의도로 읽힌다.
아마 팡션을 쓰지 말라는 것은, 저 사람보다 윗 사람이 기계를 의심하기에 일찍이 압박이 들어왔고, 윗사람은 일찍이 그것을 겪었기에 회사에 맞춰가고 있는 것이리라.
당장 엑셀 잘 하는 군필자라면 높은 확률로 "이 정도까지 자동화 할 수 있었는데 나 전역하면 유지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결국 그냥 두고 나왔다"라는 경험담을 말할 것이다. 나 또한 똑같은 경험담이 있고, 내 주변에도 똑같은 경험담을 말하는 사람이 있다.
요는, 좀 덜 자동화됐고, 비효율적인걸 알고있다 하더라도 "당장 굴러간다면" 그 뒤를 생각해서 저점을 낮춘채 놔두는게 오히려 좋은 판단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거기에 대고 "2024년에 엑셀 하나 제대로 못 다뤄서 자동화라고 하기도 민망한 수준의 작업 효율 개선을 못 할 지경이면 그 회사는 도태 될 것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넓고, 현장은 많다. 그런거 없어도 수도 한복판에 건물 세울만큼 돈 모으는데 아무 지장이 없더라. 저 회사에서 방법을 상세히 지시했고, 그거에 맞는 보수도 지급하고 있다면, 사원은 그것을 개선하고자 할 것이 아니라 맡은 일을 수행하는 것이 더 맞다고 본다.
물론 저 정중한 형식으로 "팡션 쓰지 마세요" 보다는 "혼자 고도화 해놓으면 협력 할 떄 불화가 생길 수 있으니 불편하더라도 회사의 방식에 따라주세요" 라고 전했더라면 팡션좌가 박제 될 일은 없었을 것이다...